(1) 마을지킴이의 의미
장승이나 조탑, 짐대, 입석은 대개 마을 입구에 위치하여 아랫당이나 거릿제당의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들은 30년전까지도 기능적인 목적의식에 따라 세워졌고, 특히 짐대는 지금도 구례와 곡성을 중심으로 동부 산간지대에서 매년 세워지기도 한다.
이들은 어느 특정한 시기에만 세워진 것이 아니라, 마을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삶의 필요에 의해서 세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장승과 입석 그리고 조탑과 짐대는 종교적 대상으로 삼기 위해 조성되기도 하지만, 마을이라는 공간인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인간은 공간을 크게 이원적인 공간으로 인식한다. 그 공간은 다름이 아닌 삶과 죽음의 공간이라 하겠다. 삶의 공간이 마을이라고 한다면, 죽음의 공간은 사후세계를 비롯해서 인간이 죽게 되면 묻히게 되는 묘지의 공간일게다. 이들 공간은 풍수에서 주 관심사인 음택과 양택의 공간이다. 인간의 공간인식과 공간의 선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인간의 생존을 위한 공간의 설정은 자연을 관찰한 후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자연을 관찰한다는 것은 산과 물, 그리고 바람을 관찰하는 것이다. 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산과 물이 있는 공간을 인간은 삶의 터전으로 결정한다.
마을사람들은 삶의 터전에 있어서 가정을 하나의 소우주로 보고 자기가 살고 있는 집 주위에 울타리를 만들어 자기들만의 공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심리를 지니고 있듯이, 마을의 울타리를 만들어 삶의 보호를 꾀하고자 한다. 여기서 울타리는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호해 주고, 삶의 풍요를 보장받는 공간의 경계표시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마을의 울타리가 필요하다. 이 울타리도 가정의 울타리처럼 방풍(防風)과 득수(得水)를 가능케 하는 것이어야 한다. 여기서 방풍은 북풍을 막는 것인데, 마을사람들이 북풍을 막고자 함은 북풍이 곧 재액(災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을의 울타리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보다는 자연적인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이고, 이러한 여건을 갖춘 곳에 마을 터를 잡기 마련이다.
마을의 울타리는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자락이다. 만약에 산자락이나 산봉우리로서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는 지형물이 없다면,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나무를 심거나 인공물을 세워서 울타리를 만든다. 혹은 나무를 심고 그 곁에 인공물을 세우기도 한다. 또한 그 공간에 대한 출입구도 편리하고 좋은 방향을 선택해서 만든다. 인간은 출입구를 통해서 그 공간에 들어갔을 때만이 인간으로서 대접을 받게 된다. 이렇듯이 신적인 존재들도 출입구를 통해 울타리 안의 공간으로 통행한다고 믿는다. 마을의 출입구가 좋지 않는 쪽이라면 이를 보완하기 위한 인공물을 세우기도 한다. 여기서 울타리와 출입구를 보완하기 위한 인공물은 장승, 짐대, 입석, 조탑 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들을 세워서 마을사람들은 삶을 풍요롭게 하고, 더불어 외부의 침입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외부의 침입을 막는다는 것은 마을과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보호심리에서 종교적 심리로 발전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장승은 남도지역에서는 '벅수'라 불리우고 그 재질이 돌과 나무의 두 종류이나 남도지역에서는 돌의 재질이 주류를 이룬다. 장승은 상부에 사람의 형태를 그리거나 조각하고, 하부에 천하대장군, 지하대장군 등의 명문이 새겨져 있어 잡귀의 침입을 막는 벽사신으로서 기능을 갖는가 하면, 사찰의 경계표시로서 구실을 하기도 한다. 대개 장승이 벽사신의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는 마을의 방향이나 출입구가 서북쪽이나 북쪽을 향하고 있거나 바다를 향해 있는 경우에 많이 세워지며, 또한 당시 전염병이 만연한 시기에는 마을의 공간의 여건과 상관없이 장승을 세워 외부로부터 잡귀의 침입을 막고자 한 의도에서 조성된 경우가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입석은 선돌, 선독, 짓독, 짐대, 비석, 벅수 등으로 불리우고, 남도지역에 고루 분포하고 있으며, 주로 마을 입구나 주변에 세워져 마을 수호신의 기능이나 비보적 기능 등을 수행한다. 입석의 형태는 기단부가 지상으로 형성되어 있고, 그 위에 자연석을 세워 놓는 모습이다. 입석이나 조탑은 일반적으로 쌍으로 세우는 곳이 많은데, 천부지모(天父地母)에 입각해서 마을을 기준으로 윗쪽에 위치한 것은 남성을 상징하고, 아랫쪽에 위치한 것은 여성을 상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마을에서 바라다보았을 때 오른쪽에 위치한 것은 남성을 상징하고, 왼쪽에 위치한 것은 여성을 상징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조탑은 남도의 동부 산간지대인 무주, 진안, 장수, 임실, 순창, 남원, 담양, 보성, 승주, 곡성, 구례 일대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데, 이들은 근본적으로 지력(地力)의 비보적인 목적에 의해서 형성된 것으로 생각된다.
짐대는 솟대라는 명칭으로 널리 쓰이고 있으나, 솔대, 거릿대, 연신대, 별신대, 갯대, 액맥이대, 짐대, 수살대, 오릿대 등으로 불리우고, 남도지역에서는 주로 짐대라 불리워진다. 짐대는 나무나 돌을 깎아 만든 새를 장대나 돌로 된 기둥 위에 올려 놓은 신간(神竿)으로 마을의 수호신이나 풍수적인 성격을 갖는 신앙물이다. 이러한 짐대는 마을 입구에 장승이나 입석 그리고 조탑과 함께 세워져 있기도 한다. 짐대 맨 위에 올려져 있는 새는 지역에 따라서 다르지만, 기러기라고 인식하고 있는가 하면, 오리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원래 짐대의 새는 지상계와 천상계를 왕래하는 동물로서 신의 의지를 인간에게 전달하고, 인간의 소망을 신에게 알리는 일종의 신과 신앙인의 영매(靈媒)로서 기능을 수행한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마을 사람들은 짐대를 종교적인 수단으로 활용했을 것이고, 이에 후대에 복합적인 기능이 덧붙여졌을 것으로 보인다.
(2) 마을지킴이의 현황
화순군에서 조사된 장승, 짐대, 조탑, 입석의 현황을 다음 표로 정리된다. 좀 더 구체적인 언급은 뒤에서 하도록 하겠다.
(3) 마을지킴이의 특징
화순군에서 조사된 마을지킴이로서 장승이 7, 미륵 1, 짐대5, 조탑9, 입석70기로 조사되었다.
이들 분포권적인 특징을 보면 조탑은 무등산 동쪽이면서 곡성과 가까운 이서면 일대에 분포하고 있고, 짐대는 동복면, 입석은 전 지역에 고루 분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입석은 남도 전 지역에 고루 분포하고 있으나, 조탑은 담양, 곡성, 구례 등 섬진강을 중심으로 한 동부지역에 주로 많이 분포되어 있는데, 화순에서도 동북부지역이라 할 수 있는 이서면 일대에서만 조탑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짐대도 특히 나무로 만든 짐대는 연례적으로 세운 것이 일반적인데, 주로 남도의 동부 산간지대에서 나타나고, 화순의 동북부 지역인 동복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것은 단편적이기는 하나 화순의 동북부지역과 남서부지역간의 유형민속문화적인 차이를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번째로 마을지킴이의 기능적인 특징을 보면 주로 액맥이, 수구맥이, 비보적 기능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을 신앙인 당산제의 신체로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그 예가 드물고, 주로 입석이나 짐대 그리고 조탑들이 마을의 공간 구조 인식에서 출발하여 풍수신앙적인 측면에서 조성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라 할 수 있다.
출처 : 화순군청 홈페이지
(58111) 전남 화순군 화순읍 대교로 7 TEL : 061-372-7777, 375-7081 FAX : 061-375-7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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